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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소식) [기고/이창범]유업계-생산자 상생 위한 낙농제도 만들어야
- 작성일2022/01/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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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
이 땅에 낙농·유가공 산업이 태동한 지 100년이 넘었다. 낙농보국의 기치 아래 유가공 회사를 만들고 농가를 육성하던 선대의 창업정신을 이어받아 유가공 회사들은 대한민국의 낙농산업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유가공업을 경영해 왔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대체음료 시장 확대로 국산 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값싼 유제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유업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려 생존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생산자는 생산비(L당 791원)보다 훨씬 높은 1104원을 받는다. 이는 해외보다 많게는 3배나 높은 수준이다. 현재의 제도에서 원유(原乳) 가격은 유업계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계속 인상된다. 유업계는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원유를 모두 구매하고, 사용하지 못한 물량은 분유로 만들어 헐값에 판매한다. 이런 상황이 지난 10년간 계속됐다.
지난 2년간 정부, 생산자, 수요자가 참여하여 제도 개선을 논의했으나 생산자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생산자가 반대하면 악법이라도 고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낙농진흥회다. 이사 15명 중 생산자는 7명이고 유업계는 4명이다. 수적 우위로 생산자는 조금이라도 불리하면 협의를 거부했다. 최근 4회 연속 이사회가 무산된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운영하며 각계의 의견을 5차례 수렴했고, 12월 30일 낙농산업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원유 가격과 제도를 결정하는 낙농진흥회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이다.
유업계 입장에서 정부안이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정부안에서 유업계는 음용유 187만 t 이외에 외국산보다 훨씬 비싼 가공유를 31만 t 구매하고, 낙농진흥회 이사도 유업계와 생산자가 동수로 구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업계는 정부의 제도 개선 방향에 동의했고 세부적인 부분은 추가 논의해 해결하기로 했다. 용도별로 가격을 차등 지급하는 것도 중요하나 원유의 기본가격을 낮게 조정해야 한다. 생산자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자며 줄곧 반대했다.
생산자의 주장대로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유업계는 현재 구매하는 205만 t이 아니라 실제 수요가 있는 180만 t 내외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값싼 외국산으로 대체하면 그만이다. 생산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낙농산업을 위해 좋다는 것인가? 유업계, 생산자는 정부와 실무협의를 통해 세부사항을 마련하고, 바람직한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한다. 대안 제시 없이 발목만 잡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생산자는 직시해야 한다.
유업계는 생산자와 함께 상생하며 발전하는 미래를 꿈꾼다. 그리고 앞으로도 선대의 창업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