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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 원동제, 4년 진통 끝 합의… 넘어야 할 산 많아
- 작성일201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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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일 낙농진흥회 회의실에서는 장장 26시간의 협상 끝에 20.54%의 기본원유가격 인상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당시 인상안의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매년 사료가격 등 생산비 변동요인을 반영시켜 연동해 조정할 수 있도록 새로운 원유기반가격 조정 원칙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 5개월만인 지난 2011년 12월 29일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기본원유가격은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매년 조정키로 하는 원유가격연동제 도입을 최종 합의했다.
시행 시기는 오는 2013년 8월부터이며 다만 올해와 내년의 경우 과도기로 다소 다른 방식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원유기본가격 어떻게 조정돼 왔나
1999년 낙농진흥회가 설립된 이후 원유가격은 민간자율 방식에 의해 정해져 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원유가격은 정부의 고시에 의해 결정됐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고시한 것은 1998년이었다.
민간자율로 전환된 이후 첫 번째 원유가격 조정은 6년만인 2004년 9월에 13%가 인상됐다.
또 4년 후인 2008년에 두 번째 원유가격 조정이 이뤄졌으며 당시에는 20.54%가 인상됐다. 다시 3년 후인 지난해에는 기본원유가격 130원이 인상됐다.
이처럼 민간자율로 원유가격을 결정하기 시작한 이후 12년 만에 새로운 원유가격 결정 방식이 도입되게 된 것이다.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 배경
앞서 언급했다시피 원유가격 결정이 민간자율에 맡겨진 이후 생산자와 유업체, 소비자, 정부등이 참여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3차례 기본원유가격이 결정됐다.
하지만 인상 과정을 보면 결코 순탄치 만은 않았다. 생산자와 수요자간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인상 협상시 마다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여왔다.
생산자들은 생산자 나름대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며 협회장의 단식투쟁을 비롯해 전국 낙농가들의 총 궐기대회, 협상 테이블 장기화로 인해 상처만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원유가 협상시마다 연동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생산자와 수요자간 이견을 보이며 도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도입 의미는
원유가격 연동제의 가장 큰 의미는 매년 통계청의 생산비와 물가인상률을 기준으로 기본원유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때문에 그 동안 원유가격 인상시 마다 겪었던 불필요한 소모전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민간 자율로 결정되던 원유가격 결정 체계가 12년 만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아울러 3∼4년 만에 한 번씩 원유가격을 올리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올려야만 했다. 이로 인해 유업체들도 각종 부자재, 인건비 등의 인상 요인을 한 번에 반영시켜 제품가격을 인상하다보니 높은 인상폭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이로 인해 인상 초기에는 소비감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연동제가 도입되면 매년 조금씩 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비자 저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연동제 도입에 합의는 했지만 시행초기에는 다소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을 전망이다.
수급상황 연계 관건…유대 기준 다원화 우려
유업체, 인상폭 낮아 제품값 반영 방법 고민
◆문제는 없나
원칙적으로 원유가격 연동제는 2013년 8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올해의 경우 생산비 변동 요인이 5% 이상 발생할 경우 원유가격 조정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원유부족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안정세로 돌아서 내년 수급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관건이다.
만약 내년도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 쿼터제와 잉여원유 차등가격제가 부활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 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 원유가격 연동제는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이다. 서울우유를 비롯해 일반 유업체의 경우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동안 일반 유업체의 경우 낙농진흥회가 기본원유가격을 정하면 이에 준하는 기준으로 적용해 왔다.
하지만 파스퇴르, 연세우유 등 일부 유업체의 경우 자체 기준 가격으로 유대를 지급해 왔다.
문제는 2013년 이후 원유 수급상황이 어떻게 변할 것이냐이다. 내년 이후 원유가 다시 남아돌 경우 유업체들이 낙농진흥회의 기준을 그대로 따라갈지가 의문이다.
또한 원유가격을 내려야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모든 유업체들이 이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원유가격 기준이 이원화, 삼원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대로 올려야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원유가격은 원유 수급상황과 연계해 이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업체들 역시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그 동안 원유가 인상시마다 기본원유가격 인상을 핑계로 그 동안 인상하지 못해 왔던 각종 인상요인을 반영시키면서 기본원유가격 인상분의 몇 배를 제품 값에 반영시켜왔다.
그러나 매년 원유가격을 조정할 경우 원유가격 인상으로 인한 인상요인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제품 값에 반영시킬 지도 고민일 것이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원유가격 결정시 마다 낙농업계는 해묵은 과제를 덤으로 해결해 왔다.
2004년의 경우 체세포 75만개/㎖ 이상의 원유에 대한 제재 강화, 2008년의 경우 원유기본가격 조정원칙 마련, 체세포수 패널티 강화, 유대산정체계 개선을 합의했으며 2011년도에는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이처럼 원유가격 협상은 단순히 가격 협상을 떠나 낙농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도 함께 이뤄져 왔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매년 원칙에 따라 결정되게 되면 이러한 낙농제도의 개선은 별도로 논의될 경우 합의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유가격 연동제가 도입됐다는 것은 국내 낙농산업이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과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여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은 낙농업계가 짊어져야 할 과제이다.
http://www.chuksannews.co.kr/news/article.html?no=70257